2009. 7. 2. 13:40
설레고, 행복하거나 슬플 자유가 있는 책
엄마 마중


전에 kay~님께 받았던 독서론 릴레이 바통을 들고 달리지를 못했습니다.
핑계는 감기와 그와 동반된 몸살과 두통이었지만요.
바통을 받아놓고, 놓쳐버린 꼴이네요.
죄송했어요.
그래서 지금이나마 제 생각을 적어보면요.

독서는 [심장]이다.

늘 콩닥콩닥 뛰는 심장이요.

우리 인체 근육중에 심장을 이루는 근육, 심근은 아주 근면성실하고 튼튼한 친구예요.
평생동안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하니까 튼튼할 수밖에요.
그 심근 덕분에 심장은 평생동안 움직입니다.
독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우리 삶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변화시켜주지요.
그리고 늘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유지시켜 주는 것이 바로 독서의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책을 만드는 사람인데요, 제가 만든 책에서 콩닥콩닥 뛰는 심장소리를 딱 한번만이라도 들어보고 싶어요.
아직은 책을 만들어 내놓고 나면 늘 아쉬움이 남고, 소중하긴 하지만 심장소리까지는 못들어봤네요.
앞으로 남은 생애동안 딱 한권이라도 그렇게 심장소리를 담은 책을 꼭 만들어 보고 싶은 목표가 있어요.

이 책이 그랬어요.
귀에 콩닥콩닥 소리까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제 가슴은 설레였고, 책을 덥고 났을 때 제 마음은 아팠고, 눈엔 눈물이 고여서 이 책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글이 끝나고 이어지는 그림 세컷의 의미를 찾느라 책을 덥을 수도 없었네요.

그 책을 소개합니다. 바로 <엄마 마중>이라는 그림동화책이에요.
동화란 아이들의 책이 아니에요.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마음을 맑게 하는 이야기책이라고 생각해요.
이 책을 이번주말 온 가족이 한 번 읽고 이야기를 해 보면 어떨까요?
어떤 이는 결말을 해피앤딩으로 마무리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저처럼 슬픔을 가진 채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이 책 속에는 결말이 없어요. 하지만 그 아이의 한없는 기다림 속에서 독자 스스로 행복하거나 슬픈 결말을 짓게 됩니다.
너무나 설레고 가슴아팠던 책 엄마 마중은 이런 책이네요.


엄마 마중

이태준 글, 김동성 그림 | 한길사
38쪽 분량의 양장본
도서정가 : 9000원 - 18개월 이상된 책으로 정가제프리 제품, 6300원(알라딘 기준)
출간일 : 2004-09-30| ISBN : 9788935657124

일제 강점기에 작품활동을 활발하게 하셨던 이태준 선생님의 동시 '엄마 마중'이 그림책으로 만들어진 거예요. 이 책으로 김동성이란 그림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 독자들이 아주 많아요. 정말 그림이 훌륭해요. 아기의 아장아장 걷는 모습도 실감나고, 엄마를 기다리는 아기처럼 나도 설레고, 책을 덮으면서 슬프게도 만들고, 행복하게도 만드니까요.
동시도 아주 좋았지만, 김동성 선생님의 그림이 다시 한 번 이 동시를 부활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랍니다.

전차 정류장으로 아장아장 걸어와 엄마를 기다리는 아기는 매번 절차가 들어와 정류장에 설 때마다 고개를 빼꼼 내밀고 '우리엄마 안와요?'하고 묻습니다. 엄마 생각에 꼼짝도 하지 않는 아기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코가 빨갛게 된 아기가 그렇게 엄마를 기다리는 이야기로 마무리 되지만, 결론이 없습니다. 엄마를 만나는지 안만나는지 말이에요.

알라딘 서평이나 출판사의 책 소개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눈이 소복소복 거리를 덮을 때, 아기는 드디어 엄마를 만난다. 엄마 손을 잡은 아기가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발라보면서 끝나는 이야기는 한없이 마음이 따뜻하다'
그런데 저는 이 책을 다 읽고 마지막 눈이내리는 그림, 마을을 소복하게 눈이 덮는 그림 그리고 그림자 그림 이렇게 3바닥의 그림이 펼쳐질 때 눈물이 흘렀어요.
'아이는 이 눈속에서 코끝도 빨개지고 추울텐데 아직도 엄마를 기다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책 속에는 아기가 엄마가 올때까지 계속 기다린다고만 이야기를 하고 있지 만났다는 이야기가 없어요.
그러니 김동성 선생님의 그림 마지막 3컷을 보면서 독자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거지요.
저처럼 무지 슬픈 이미지로 이 책을 덮는 이들도 아주 많아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저는 마음 속으로 빌었습니다.
'아기의 엄마가 빨리 왔으면….'하고요.
저도 그 주인공 아기만한 꼬마후의 엄마잖아요. 우리 꼬마 후 생각도 나면서 더 슬펐는지도 몰라요.
'우리 꼬마후도 하루종일 저렇게 엄마를 기다리겠지?'싶어서요.
저 책을 한권 더 주문했답니다. 선물하려고요.
내 아이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거든요.
나는 내 아기에게 저런 엄마일 거예요.
늘 기다려지고, 보고싶은 엄마….

일과 상관없이, 서평단 도서로 받은 것이 아니고 제가 선택해서 구입해서 읽은 책 중에 '강아지 똥'과 이 책 '엄마 마중'이 최고중의 최고가 아니었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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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한권 더 샀는데, 도착해서 다시 읽었어요.
그런데 이 책이 해피앤딩으로 끝나네요.^^ 마지막 그림만 있는 3컷중 마지막 컷에서 아기가 엄마손을 잡고 눈이 쌓인 동네의 골목길을 올라가는 게 눈에 띄어요.^^ 전에 읽을 때는 텍스트에 감정이 이입돼서 그림을 놓쳤나봐요.
다시 보면서는 이미 내용을 아니까 그림을 찬찬히 살펴 볼 수 있었네요. 역시 그림책은 읽고 또 읽으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합니다.
전에 볼 때는 무척 슬프게만 느껴졌던 이 책이 오늘 다시 읽다가 그 그림 속 아기와 엄마를 발견하고 너무 행복했어요.
그림작가의 이 한컷이 이 책을 슬프게도, 기쁘게도 마무리 할 수 있군요.
김동성 작가님 책들을 좀 더 찾아 봐야겠네요.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오호~~ 급 행복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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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異眼(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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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작가 2009.07.03 04: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김동성작가님의 그림을 매우 좋아하는데 :D
    짬을 내서 꼭 봐야겠어요 ^-^ '엄마' 라는 말만 해도. 가슴이 훈훈해지는데
    엄마마중.... 스토리가 매우 궁금해요 +_+

    • 異眼(이안) 2009.07.03 12: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아~~~ 오늘 새로 산 이 책이 도착해서 천천히 다시 읽었는데요...
      그림에서 해피앤딩으로 해석됐네요. 제가 전에 볼 때 놓쳤었나봐요.
      마지막 장면 마을이 눈에 덮여있는 곳에서 아기가 엄마손을 잡고 골목을 올라가고 있어요. 빨간 막대사탕(?)하나를 손에 들고서....
      야아~~ 갑자기 행복해지네요. 야아~ 기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