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23. 09:20
 


지금
한번 더 말하세요.

     
 "사랑한다"
고.



이런 생각 해보셨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하루아침에 못보게 된다면?

꼬마 후와 엄마,아빠^^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저 또한 상상을 못했답니다.

벌써 일년이 더 지난 일이 되었는데, 그때의 일기를 보다가 다시 한 번 정리해네요.
2007년 5월 29일이었던가요,
지리산 노고단에서 내려오는 시암재에서 중학생을 태운 버스가 낭떠러지로 떨어진 사고소식과 사진을 보신 적 있으신지요?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고는 사고를 당한 아이들이 제 모교의 아이들이기도 하고, 제 조카녀석이 모교의 해당학년인 1학년이기도 한지라 언니에게 확인차 전화를 했습니다.


"OO이는? 괜찮아?"

"으...응. 어떻게 알았어?"


이 순간 심장이 멈춰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태어나서 자라는 모습을 같은 집에서 봐왔기 때문에 더 정이 가는 녀석이었거든요.

제 조카녀석이 그 사고버스에 타고 있었답니다. 그길로 신랑과 동생에게 연락하고는 퇴근길에 바로 순천으로 달려갔습니다.

달려가는 동안 조카녀석이 조금 안정됐다길래 통화를 했습니다. '이모 저는 괜찮아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잠시 후 내려가는 길에 다시 언니와 통화를 하는데 기가 막히더군요. 

조카녀석이 저랑 통화한 거, 할머니가 다녀가신 거, 사고가 난 것을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자꾸 깜빡깜빡 잊어버리고, 헛소리를 한다는 거예요. 머리를 꿰매고, 등을 몇군데 꿰맸다고 했습니다.

환자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1시가 넘어서야 순천에 도착했지요. 다른환자들에게 실례지만 병원엘 들렸습니다. 그냥 집으로 가서 잠을 잘 수가 없을 것 같아서요. 잠들어 있는 조카녀석 얼굴을 보고는 눈물이 쏟아질 뻔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이다. 다행이다.'는 말을 몇번이고 되풀이 했지요.


다음 날이 돼서 만난 조카는 조금은 안정이 된 듯 했습니다.

어제, 사고 당일날 있었던 많은 일들은 전혀 기억을 못하고요. 큰일이다 싶었지만, 흔히들 사고 후 겪는 일시적인 현상이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먼저 하늘로 간 조카 친구녀석들 때문이라도 이정도임에,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했지요. (그 사고로 5명의 아이들을 잃었지요. 그 중 세명은 제 조카녀석과 정말 친한 녀석들이었습니다. 늘 붙어다니던 친구들을 잃은터라 조카아이의 충격이 무척 컸어요. 그 중 한명이 너무 보고 싶다고 나중엔 펑펑 울기도 할 정도였으니까요.)

조카녀석은 하루종일 제게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원래 이모를 좋아하는 녀석입니다. 이모랑 같이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녀석이거든요.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던 아이가 점점 아주 단편적인 것들을 기억해내더군요.

여자애가 비명지르는 목소리가 기억난다고. 자기가 유리창쪽에 앉았다고. 자기는 선생님께서 시키는 대로 안전벨트를 맸고, 내려오는 도중 잠들었던 것 같다고...

친구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이미 뉴스를 통해 5명의 아이들이 생을 마감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거짓말 같아요'라고 하더군요.

'이모, 제가 일주일은 자고 일어난 것 같아요. 어제 사고 난 것 맞아요?'라고도 하고요.

'이모, 왜 저랑 친한 친구들이 세명이나 죽었어요? 친구들 더 죽어요?'라고도 하더군요. 대답 못했습니다.

사고 당일 소변이 급해 맥도날드에 가서 같이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고, 화장실을 같이갔던 친구도 하늘나라로 갔다네요. 사고 당시를 기억하지 못함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같이 입원해 있던 다른 친구들은 차가 뒤집히고,떨어지는 장면들이 생각나서인지 하루종일 울기만 했어요.
담임선생님은 모두 자기책임이라며 큰 충격을 받으셔서 거의 공황상태인 듯 했어요.  선생님은 안전벨트 하라고 아이들을 챙기며 걱정하셨다던데, 평생 큰 고통으로 그 사고가 선생님을 따라다닐 것 같네요.

이때만 해도 친구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듯 했어요. 꼭 남의 이야기 하듯 물어보더라고요. 워낙 감정이 풍부한 아이라 걱정됐었는데, 담담하게 받아드리는 것 같았어요. 믿어지지가 않았던 거지요.
나중엔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친구가 보고싶다고 울기도 했지만요.

 

그래도 고맙고 또 고마웠습니다.

제게 이녀석은 아들처럼.. 뭔가 다른 녀석이거든요. 작은 조카도 있지만, 첫 조카여서인지...

고등학교 때 언니가 시집을 갔는데, 언니네에서 언니랑 형부랑 같이 살면서 고2~3시절을 보냈고,

조카녀석도 그때 태어났으니 태어나고 자라는 모습을 그대로 함께 했거든요.

똥기저귀도 갈아주고, 울면 안아도 주고... 추억을 많이 선물한 녀석입니다.

또 어찌나 착하고 마음이 예쁜지... 자기가 손해봐도 친구가 불쌍하면 주고 오는 녀석이에요.

이모 닮아서인지 이모처럼 하얀가운입고 실험하는 과학자가 되겠다는 녀석입니다(제가 가운입고 실험하던 모습을 무척 좋아했던 녀석이에요). 
가끔 친구들 앞에서 절 엄마~라고도 불러서 대학때 제가 시집갔다는 소문이 나게 한 아들 같은녀석입니다.^^ 지금도 가끔 '엄마, 아니 이모'라고 부르기도 하지만요.^^


조카녀석을 만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녀석이 만약 잘못됐다면? 상상하기도 싫더군요.

제가 이런데...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아이가 사경을 헤매는 부모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다 헤아릴 순 없지만.. 아주 조금, 백만분의 일 정도는 이해를 하겠더라고요.

하늘로 간 다섯 아이중 한 아이의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아직도 가슴을 때리네요.


'아들 때문에 15년을 행복했는데, 남은 40년은 어떻게 아이 없이 살라고 하느냐고....'

 

우리 지금부터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 번 더 하고 살아요. 

그거 뭐 어렵나요?

부모님께 전화 한 번 더 하세요.

그까짓 전화 요금, 담배 끊으세요! 커피 한잔 덜 마시면 돼요.


모든 게 두려워지는 날이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저보다 먼저 떠나버리면 어떻게 하죠?

두렵습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평소에 잘하고, 평소에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 사랑하며 사세요.
모두 모두 일초·일분·한시간·하루·한달·일년 그리고 평생···.

행복하세요. 

Posted by 異眼(이안)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JUYONG PAPA 2009.02.23 10: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그 사고 뉴스에서 봐서 참 안타깝다고 생각했었는데...

    사랑합니다!!! ^^
    좋은 말이죠.
    그런데도 왠지 입밖으로 꺼내기가 약간은 서먹하다는...
    저는 주용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자주 하지만..정작 와이프에게는 그런 말을 한지가 언제인지..
    오늘가서 사랑한다고 말한마디 건내봐야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異眼(이안) 2009.02.23 13: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정말 안타까웠어요.
      더군다나 제 모교이고, 제 조카녀석이 타고 있던 차가 낭떠러지로 굴렀고 그 아이들중 다섯이나 잠들었으니...
      그 부모님들의 심정이 오죽했을까요. 어휴~맘아파요.

      주용파파님은 표현 잘하실 것 같은데 그러시네요.
      '사랑합니다.'라고 오늘은 꼭 주용마미님께 말씀하셔요. 말씀하시기 곤란하시면 손으로 쓴 쪽지 한장 아침에 두고 출근하시는 방법도 좋습니다. 그날 저녁 메뉴가 확~ 바뀔걸요? ㅋㅋ 메뉴의 문제가 아니라, 주용마미님이 얼마나 행복해 하시겠어요.^^
      용기내세요^^

  2. Kay~ 2009.02.23 14: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살아 있을때 잘해야 한단 말..
    실감납니다.
    자고 일어나면 어제와 전혀 다른 세상이 되는 것은 이제
    남의 얘기가 아닌것 같아요!

    • 異眼(이안) 2009.02.23 15: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아요. 부모님도 돌아가신 후에 제사 100번 잘지내는 것보다 살아계실 때 한번 더 웃게 해드리는 것이 더 큰 효도가 아닐까요?
      고모부도 많이 사랑하며 사세요. 전화도 자주 드리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