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11. 16:52


꼬마 후는 3살입니다.

이제 만 30개월을 꽉 채운 꼬마입니다.
아직 젖을 못 잊어 엄마만 찾아대는 아가이기도 합니다.

후는 돌을 갓 넘기고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 가득하지만 일을 하는 엄마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지요.
꼬마 후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잘 노는 것이 그리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가도 요즘처럼 밤새 기침을 하거나 열이 오르기라도 하면,
다 내 죄인양 마음이 아파지기도 하지요.

꼬마 후는 요즘 '대단한데~'라는 말과 '그거야 뭐!'라는 말을 배워왔습니다.
어린이집에 누군가가 쓰는 말인가 봅니다.
아이들이 쓰는 걸 보니 유행어인가 싶기도 하지만, 전 유행어를 잘 모릅니다. ^^;
후가 '대단한데~'라는 말을 배워온 후 얼마 되지 않아서,
우리 가족은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 됐습니다.
엄마는 늘 쭈쭈주고, 맛있는 거 사다주고 그냥 늘 '대단한데~'를 붙여 줍니다.
하지만, 아빠와 할머니가 대단한 사람이 된 사연은….
 허허, 그냥 웃지요.


아빠는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됐습니다.

엄마 : "후야, 선풍기는 만지는 거 아니야. 무서운 거야!"
후 : "응, 만지면 안돼지? 무섭지?"
엄마 : "응, 엄마는 무서워서 못만져!"
(잠시 후)
엄마 : "후아빠, 선풍기 바람 후한테 좀 안가게 돌려줘요!"
아빠 : "끌까?"
(꾹! 그렇게 아빠는 선풍기를 껐다. 이것을 보고 있던 후는…)
후 : "아빠, 대단한데~"

선풍기를 잘 끄면, 대단한 사람이 됩니다.
참, 쉽지요잉~

할머니가 대단한 사람이 된 사연도 아빠와 별반 다를 건 없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일터에서 돌아오기 전, 후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와 할머니와 몇시간을 보냅니다.
그동안 할머니는 맛있는 것들을 잔뜩 주시지요.
후가 먹고 싶은 것들은 이때 다 먹습니다.
아이스크림도, 초컬릿도 엄마에게 걸리면 국물도 없거든요.

할머니 : "후야, 뭐 먹을래?"
후 : "야채주스 있어?"
할머니 : "그래, 야채 주스 여기있다. 빨대 꽂아 마셔라."
(잠시 후, 야채 주스를 다 먹은 후.)
할머니 : "후야, 과일 먹을래? 키위 줄까? "
후 : "바나나 없어?"
할머니 : "바나나는 없네. 엄마한테 사오라고 하자. 그럼 이거 먹을래?"
(할머니는 냉장고 속에 엄마가 사다 둔 귤을 두개 꺼내셨고, 그걸 본 후는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후 : "우와, 오렌지다! 할머니 대단한데~"

선풍기 껐다고 대단한 사람이 된 아빠와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는 할머니의 대단한사람 되기였습니다.
후 할머니는 그렇게 귤 하나 꺼내주고는 대단한 사람이 되셨습니다.
더 쉽지요잉~


*후는 작년에 먹은 귤은 생각이 안나는지, 귤을 오렌지라고 합니다.
오렌지는 몇번 사다 즙도 짜서 먹여주고 했고, 어린이집에서도 오렌지를 준 모양입니다.
하우스귤이 나왔기에 먹여보려고 사다줬더니, 귤이란 말보다 오렌지란 말을 더 자주 하네요.
점점 고쳐지겠지요. 귤, 영어로 오렌지라고 하지만 저는 그냥 귤 또는 밀감이 더 예쁜 말인거 같아 지겹도록 귤, 귤, 밀감, 밀감..이렇게 후에게 외워대고 있습니다.
냉장고에서 자주 먹던 골드키위나 토마토, 바나나가 아닌 다른 과일이 나와서 신이났던 모양입니다.
대단한 할머니!^^

우리 가족은 이렇게 대단한 가족이 됐습니다.
대단한 후는 힘이 참 셉니다. 말도 잘 합니다. 키도 몸무게도 다른 아이들에 뒤지지 않습니다.
아직 아이니까, 이 정도면 대단한 거지요.
자기가 해야 할 일은 다 하고 있는 거잖아요.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고.
우리 후는 건강하게, 무럭무럭 참 잘 커주고 있습니다.
우리 후, 대단한데~ ^^
참, 후는 요즘 '그거야, 뭐!'도 같이 배워왔습니다.

엄마 : "우와, 후 대단한데?"
후 : "그거야, 뭐!"

이런 소소한 대화들이 대단한 가족들을 포복졸도하게 만든답니다.
후 대단하죠? ^^




Posted by 異眼(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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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차니 2010.09.12 22: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언넝 결혼해서 애를 낳고 싶어지는 글이네요 ㅎ

    • 異眼(이안) 2010.09.13 03: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아이가 가져다 주는 행복만 생각하면 세상 모든 여성들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소리 치고 싶네요.
      하지만, 현실은 행복만 가져다 주는 건 아닐 거예요.
      결혼이란, 일하는 여성에게는 참 무거운 짐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결혼을 해서 좋은 점, 아이가 있어서 좋은 점이 있다면 분명 불편한 점, 좋지 않은 점들이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아이가 가져다 주는 이 소소한 행복들은 그 어떤 행복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는 점이겠지요.
      그래서 마약처럼, 다른 불편함 같은 단점들을 잊어버릴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