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9. 11:36

'둠벙'


둠벙, 생소한 이름인가요?
둠벙, 제가 참 좋아하는 '이름'이에요.
그래서 제 작업실 이름도 '둠벙'이 되었지요.

'둔벙'이라고 부르는 곳도 있는 것 같더군요. 방언이니까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다를 수 있지요.
저는 어릴 적에 '둠벙'이라고 불렀어요. 전남 순천시 외곽의 시골마을에 살았거든요.

둠벙은 논 가장자리에 물을 저장하기 위해 파놓은 작은 물웅덩이를 말해요.
농사철에 모심기를 하기 위해 논에 물을 대야하는데, 수로가 잘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논에 물을 대는 것도 일이었지요. 그래서 미리미리 물을 모아놓는 둠벙이 곳곳에 있었어요.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둠벙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다르지요.
워낙 저수지와 수로도 잘 만들어 져 있는데다 물을 끌어올 때 쓸수 있는 기계들도 많으니까요.


'명을 창조하는 공간'이지요.

수많은 생명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곳이랍니다.
북쪽에서 온 철새들이 겨울을 나는 삶의 터가 되어 주기도 해요.
또 시골에 사는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놀이터이기도 하고요.

겨울 잠에서 깬 개구리들이 알을 낳으러 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생명을 품은 둠벙.
지금은 많이 사라지고 보기 힘든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농사지을 물을 모아놓던 둠벙.
저수지와 수로의 발달로 둠벙은 더이상 필요없는 곳이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이 공간을 흙으로 메꿔 쌀 한톨이라도 더 생산해 볼 요량으로 없앤 농부들도 많고요.

둠벙이 사라진 논엔 철새가 찾지 않습니다.
먼저 이야기한 볏짚이 사라져 버린 까닭도 있지요.
모이가 될 벼이삭 하나 남지 않은 곳
마실 물도 없고, 잡아먹을 작은 생물들과 벌레도 없는 곳에 무엇하러 찾아오겠어요.

둠벙.
사라져가는 모습을 아쉬워만 할 게 아니라 복원하고, 소중히 지켜야 할 곳입니다.
이곳에서 창조되는 수많은 생명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해 볼테지만, 너무나 소중한 곳이랍니다.

**
사진의 둠벙은 충북 음성에 아직 존재하는 곳입니다.
올해 1월, 임신 9개월에 접어든 부른 배를 잡고 찾았던 곳입니다.
산비탈에 눈이 있어 차를 끝까지 가지고 가지 못하고, 걸어 올라갔었지요.
그래도 좋았습니다.
둠벙을 이렇게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습니다.

둠벙의 사계절을 촬영해두고 싶었는데, 3월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더이상 사진이 없네요.
내년엔 둠벙의 사계절을 모두 촬영해두어야 겠습니다.

더 많은 둠벙을 만나고 싶습니다.
내년엔 많은 둠벙을 찾아 나서봐야겠어요.

둠벙을 되살리자는 운동도 일고 있다고 해요. 너무 반가운 일입니다.
여러분도 주위에 둠벙을 찾아가 보세요.
아이들과 함께 가면 더없는 자연체험학습이 될 거랍니다.
둠벙에 무엇이 사는지만 살펴보아도 좋지요.^^


**


먼저 올렸던 글에서 사라진 볏짚.
둠벙이 있는 이 논엔 이렇게 놓여 있었습니다.
필요한 만큼은 농부가 가져다 쓰고, 나머지는 논에게 되돌려 주는 거지요.
사진에 보이지는 않지만, 풀어헤쳐놓은 것도 꽤 많았어요.
만약 이 논의 건강검진을 해 본다면 '건강상태 매우 좋음'이란 판정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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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멀리 언덕 위에 오른 사람은 제 아들의 아빠랍니다.

직업은 북디자이너인데, 사진을 더 좋아해요.
제 책에 직접 찍은 사진을 넣기도 했지요.
저기서 찍은 둠벙 사진은 일품인데, 지금 제가 가지고 있지 않아서 여기에 올리지는 못했네요. 아이 아빠 컴퓨터에서 옮겨오면 올려 볼게요.

뒷모습이 보이는 분은 음성의 둠벙을 저에게 제보해주신 '착한농부' 아저씨!
'칡느타리' 를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하시는 분인데, 너무 좋은 분이지요.
다음엔 이분에 대해 한번 포스팅을 해 봐야겠어요.
정말 소개하고 싶은 분이랍니다.
'태평농법'이라 부르는 이분의 기다리는 농사법도 소개해 보고 싶고요. ^^

Posted by 異眼(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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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ay~ 2008.12.29 11: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혹시 그 버섯! 저기서 올라온것인가요? ^^
    무쟈게 맛있던데~

    • 異眼(이안) 2008.12.29 12: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아요. .그 버섯~^^
      칡느타리 택배로 와서 몇번 드렸지요?
      숙회로 초고추장에만 찍어먹어도 쫄깃쫄깃 쥑이지요.
      착한농부님이 기르신 거라서 그래요.
      칡느타리 고놈이 그래뵈도 모짤~트 듣고 자란 놈이에요^^

    • Kay~ 2008.12.29 17: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호~~ 그거 정말 신기하네요! ^^
      음악을 듣고 자라는 버섯이라.. 참 재밋네요! ^^

  2. 2008.12.30 00: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2008.12.30 09: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